현대미술과 미술시장/생활 밀착형 수집의 기술

세금, 운송·포장 기초 - 예산을 안정적으로, 작품을 안전하게

o-happy-life 2025. 9.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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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수요일 저녁, 갤러리에서 받은 인보이스를 식탁 위에 펼쳐 둔다. 작품가 한 줄만 덜렁 있는 줄 알았는데, 작은 글씨가 줄줄이 달려 있다. “포장/운송 별도, 보험 선택, 통관 수수료 구매자 부담.” 옆 칸에는 ‘문전(Door-to-door)’과 ‘공항 인도’ 두 가지 옵션이 적혀 있다.
 
나는 노트에 한 줄을 크게 쓴다. 작품가 X + 포장/프레이밍 + 운송 + 보험 + (세금·통관 수수료) = 총액 Y. 이 두 줄이 켜지는 순간, 막연했던 설렘이 현실의 문장으로 바뀐다. 보내는 도시는 습하고, 오는 도시는 건조하다. 작품은 종이, 프레임은 유리, 박스 사양은 미정. 잘못 고르면 운송비가 작품가의 절반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컬렉팅의 세금, 운송, 포장 기초


반대로 표준을 정확히 고르면, 우리 집 벽까지의 여정은 놀라울 만큼 매끈해진다. 오늘은 ‘세금-운송-포장’의 기초를 생활 언어로 정리한다. 목적은 하나, 예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작품의 안전을 늘리는 것.

세금, 운송·포장

 먼저 세금. 나라마다 체계가 달라 구체율은 항상 갤러리·운송사·브로커의 최신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기본 구조는 비슷하다.
 
국내 구매라면 인보이스에 표시된 부가세/판매세가 작품가에 붙는다(일부 예외 조항·특례는 국가별 상이). 해외에서 들여오면 수입 부가세(또는 부가가치세)가 주로 부과되고, 원작 회화·판화·사진 등에 대한 관세율은 국가·품목 코드에 따라 0% 혹은 낮은 경우가 많지만 예외가 있으니 반드시 HS 코드·세율표 확인이 필요하다.
 
어디까지를 과세 표준으로 잡는지도 중요하다. 작품가만인지, 작품가+운송·보험까지인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드물게 문화재/자연재료(CITES) 관련 허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재료(목재·동물성 재료 등)를 체크리스트에 올린다. 핵심은 간단하다. 세금은 “결제 뒤의 깜짝 손님”이 아니라, 견적 첫 줄에 올라와야 한다.
 
둘째, 운송. 선택지는 크게 셋.
 
(1) 파인아트 전문 운송(화이트 글러브) - 포장·픽업·항공/해상·통관·문전 설치까지 전담하는 올인원. 가격은 높지만 사고 확률과 스트레스가 낮다.
 
(2) 혼합형 - 전문 포장+상업 운송(Courier/Freight) 조합. 예산을 줄일 수 있으나, ‘마지막 1마일’에 변수가 많아지는 만큼 책임 구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3) 셀프 운송 - 국내 근거리에서만 신중히 고려. 종이·사진은 작은 흔들림에도 손상되기 쉬워, 기본적으로 비권장. 국제 운송은 거의 언제나 (1) 또는 (2)가 정답이다.
 
문전(Door-to-door)과 공항/항만 인도(공항 지점 인계)의 차이도 크다. 후자를 고르면 브로커를 별도로 써서 통관·배송을 다시 조립해야 한다. 시간·커뮤니케이션 여력이 없다면 문전을 고른다.
 
셋째, 포장. 작품 생명은 포장에서 결정된다. 종이·사진은 유리신(Glassine)/타이벡으로 1차 보호 → 사방 스페이서로 압착 회피 → 충격흡수 폼(에텔폼/PE 폼) → 트래블 프레임/슬랏 크레이트 → 이동. 캔버스·회화는 표면 보호(실리콘 릴리즈·폴리에틸렌 필름) → 모서리 보호 → 플로팅 고정 → 뮤지엄/클라이밋 크레이트.
 
상자에는 충격·기울임 인디케이터, 내부엔 실리카겔·습도 카드를 넣어 환경 변화를 기록한다. “폼만 두껍게”는 정답이 아니다. 중요한 건 레이어링고정 방식이다.
 
마지막, 보험. 정답은 네일-투-네일(Nail-to-nail) 또는 --월(Wall-to-wall). 픽업 순간부터 우리 집 벽에 걸릴 때까지 보호하는 조건이다. 보장 형태는 보통 All-Risk(일부 면책 포함)를 권장. 피보험 가액은 인보이스 금액(작품가) 기준, 운송·세금 포함 여부는 약관에 따라 다르니 확인. 상업 운송사의 캐리어 책임 한도만 믿는 건 위험하다(kg당 책정, 턱없이 낮은 경우가 많다).
 
가능하면 미술 전문 보험 증권(COI)을 받아 두고, 공동보험자·자기부담금·파손 시 절차(사진→보존사 보고→클레임 접수)를 미리 문장으로 적어 둔다.
 
요약하면: 세금은 견적 첫 줄, 운송은 책임 구간, 포장은 레이어, 보험은 네일-투-네일(Nail-to-nail) . 이 네 줄을 총액에 넣으면 놀랄 일이 줄어든다.

세금, 운송·포장 실전

하나의 실제 여정을 따라가 보자. 해외 갤러리에서 80×60cm 캔버스를 구입해 우리 집 거실에 거는 과정을 예시로 들겠다. 
 
Day 0 : 사전 점검
인보이스 견본을 받아 작품가-포장-운송-보험-세금/통관 항목이 분리 기재되는지 확인한다. 갤러리에 두 가지를 부탁한다. (1) 컨디션 리포트(출고 전) - 정면·측면·모서리·뒷면 사진 포함. (2) 포장 사양 - 박스 타입(트래블/뮤지엄/클라이밋), 흡습/완충 재료, 충격 인디케이터 유무. 여기서부터 대화는 총액 언어로 진행한다. “문전 기준 총액 Y, 리드타임 Z일, 보험 네일-투-네일 맞죠?”
 
Day 1: 계약·결제
총액 Y를 확정하고, 결제는 가능하면 에스크로/은행 송금 등 문서 흔적이 남는 방식으로. 인보이스와 온홀드 규칙(만료·연장·취소 수수료)을 다시 확인한다. 통관 유형은 문전이라면 운송사가 대행, 공항 인도라면 브로커 지정. HS 코드·품목명·과세방식은 브로커와 상의해 작성한다.
 
Day 7 : 포장·픽업
갤러리에서 포장 현장 사진을 간단히 요청한다(가능한 경우). 크레이트 외부에 UP/FRAGILE/KEEP DRY 표기, 충격·기울임 인디케이터 부착을 확인하고, 픽업 시점부터 보험이 유효한지 확인 문장을 받는다. 항공편·AWB 번호가 나오면 캘린더에 도착 예정 시간을 적어 둔다.
 
Day 10 : 통관
브로커가 상업송장(Commercial Invoice), 패킹 리스트, (필요시) 원산지/수출허가/CITES 여부를 점검한다. 여기서 종종 생기는 혼선이 “과세 표준”이다. 나라에 따라 운송·보험이 더해질 수 있으니 미리 가정치로 세금 예상액을 계산해 둔다. 결제(또는 보증) 후 반출 승인.
 
Day 12 : 라스트 마일
문전 배송이면 화이트 글러브 팀이 2인 1조로 방문한다. 벽면 위치를 정하기 전에 먼저 실내 경로(엘리베이터, 현관 폭, 회전 반경)를 점검하고, 소파·러그를 덮개로 보호한다. 개봉은 항상 조심스럽게 한다. 벽에 거는 동안 나는 컨디션 리포트(입고 후)를 작성한다. 오전에 받은 출고 사진과 비교해 모서리·표면 크랙·프레임 스크래치가 없는지 체크. 이상이 있으면 즉시 사진·영상으로 기록하고, 운송사/갤러리에 24~48시간 내 통보한다(보험 약관상 신고 기한이 짧다).
 
Day 13 : 문서 정리
인보이스·COA·운송장(AWB)·통관 납부서·포장 사양표·전후 컨디션 리포트를 하나의 폴더에 묶는다. 이 폴더가 훗날 보험·보존·매각(의사결정)까지 모든 근거가 된다.
 
변주 1 : 종이·사진의 국내 이동
소형 드로잉을 프레이머에서 픽업하는 날, 나는 택시를 타도 작품은 무릎 위가 아니라 수평 고정 상태의 플랫 백에 넣는다. 비 오는 날이면 폴리에스터 슬리브 위에 타이벡을 한 번 더 감고, 차 안의 에어컨 바람을 직접 맞지 않게 둔다. 집에 와서 바로 벽에 걸지 않고, 24시간 상자에서 온습도 적응을 준 뒤 설치한다. 작은 조심이 폭싱·파열을 막는다.
 
변주 2 : 영상 작품의 해외 인도
파일/장비가 분리된 케이스. 갤러리는 보통 설치 매뉴얼·장비 리스트와 함께 파일을 전송한다. 나는 즉시 체크섬(무결성)을 생성하고, 동일 파일을 외장하드·클라우드에 이중 백업한다. 장비 포함 계약이 아니라면 대체 스펙(권장 모니터·플레이어·케이블)을 문서로 받고, 가정용 설치 버전 정의·마이그레이션(장비 단종 시 파일 교체 권리)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킨다.
 
전원은 타이머 플러그로 생활 루프를 만들고, OSD(밝기·색온도) 프리셋을 저장한다. 이 몇 줄이 유지보수의 80%를 해결한다.
 
한 줄 결론. 세금은 견적의 앞, 운송은 책임의 선, 포장은 레이어, 보험은 범위와 기한. 이 네 문장을 적어두면, 다음 여정에서 훨씬 덜 흔들린다.
 

주요 용어 및 추천 미션

주요 용어

  • 네일-투-네일(Nail-to-nail) / 월-투-월(Wall-to-wall): 픽업 순간부터 최종 설치까지(혹은 벽에서 벽까지) 보장하는 미술 전문 보험의 범위. 일반 운송사 책임한도만으론 부족하다.
  • 뮤지엄/클라이밋 크레이트(Museum/Climate crate): 다층 구조·기밀성·완충·흡습 설계를 갖춘 전용 운송 상자. 장거리·기후 차가 큰 노선에 필수.
  • 브로커(통관 대행): 수입 신고·세액 납부·서류 검토를 대신하는 통관 전문가. 공항/항만 인도 시 사실상 필수 파트너.

추천 미션

  • 견적의 첫 줄을 항상 총액 언어로 받으세요. 작품가 + 포장/프레임 + 운송 + 보험 + (세금·수수료)가 한 문장에 보이면 과열이 줄어듭니다.
  • 포장 사양을 문서로 요청하세요(박스 타입·완충·흡습·인디케이터). 컨디션 리포트 출고/입고 두 벌이 보험의 핵심 증거입니다.
  • 국제 운송은 가능하면 문전·화이트 글러브를, 국내 이동도 종이·사진은 전문 픽업을 추천. 비용을 아끼려면 포장과 책임 구간을 더 명확히 하세요.

다음 회차 예고: “위작을 피하는 생활 수칙 - 라벨·문헌·컨디션·가격 신호로 만드는 10가지 안전장치”. 출처 확인 루틴, COA·전시/도록 본문 교차 표기, 의심 신호를 ‘하룻밤 보류’로 흡수하는 방법까지 생활 체크리스트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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