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전시장 한 벽이 갑자기 ‘광고판’처럼 보입니다. 만화의 말풍선이 커다랗게 터지고, 빨강·노랑·파랑이 칼같이 분리된 채 화면을 밀어 올립니다. 로고와 캔, 코믹 패널, 대중스타의 초상 - 우리가 매일 스치던 이미지가 작품이 되는 순간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붓결 대신 균일한 색면과 점의 규칙이 눈에 들어옵니다. 화면은 감정적으로 호소하기보다 시각 언어를 평면에 펼쳐 보이며, “보기”의 습관 자체를 묻습니다. 팝아트는 우리 시대의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고 유통되는지를 거울처럼 비춥니다. 패러디와 확대, 반복과 공장화, 브랜드와 스타의 상징 자본이 한 화면에서 충돌하고, 다시 하나의 표면으로 다려집니다. 그래서 팝아트를 처음 만날 때 가장 좋은 태도는 “이 이미지는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다시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