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초의 첫 토요일, 메모앱 첫 줄에 숫자 하나를 적는다. “이번 달 미술 예산: 1,000,000원.” 카드 명세서와는 별개의, 기쁨을 관리하는 통장 같은 숫자다. 계획은 단순하다. 전시 몇 개를 제대로 보고, 작가 노트를 한두 권 모으고, 소형 작업 하나를 고르고, 남은 돈으로 프레이밍을 깔끔히 마무리한다. 지난 시즌의 실패 - 티켓을 무심코 쌓다가 소형 작품을 놓친 일, 프레임 비용을 간과해 총액이 틀어진 일 - 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오늘은 총액 예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항목을 나누지 않고, 한 달 동안 미술에 쓰는 모든 지출을 한 바스켓에 넣어 사후 배분하는 방식이다.지갑을 열기 전, 벽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번 달의 목표는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문장을 남기는 것이다. 왜 이 전시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