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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팅 5

보험, 대여, 기증 입문 - 지키고, 내어주고, 함께 나누는 길

목요일 저녁, 서랍에서 오래된 서류철을 꺼낸다. 구입 인보이스, COA, 프레임 견적서, 그리고 한 통의 메일. “○○미술관입니다. 귀하의 △△작품을 오는 가을 기획전에 대여받고자 합니다.” 가슴이 먼저 뛴다. 하지만 다음 줄이 곧 마음을 가라앉힌다. “시설 보고서 첨부, 보험은 기관 Wall-to-wall 제공, 포장·운송은 당사 지정.”나는 식탁 위에 한 장짜리 표를 만든다. 왼쪽엔 보험/대여/기증, 오른쪽엔 문서/책임/비용. 그리고 맨 위에 두 줄을 쓴다. “총액은 숫자, 위험은 문장.” 작품을 사랑하는 길은 더 갖는 일이 아니라, 잘 지키고 잘 내어주고 때로는 잘 건네는 일까지 포함된다. 오늘은 세 가지 길의 입구를 생활 언어로 열어 본다. 가격표를 넘어서는 마음의 문제 같지만, 결국은 서류와 문..

카테고리 없음 2025.09.05

위작을 피하는 생활 수칙 - 라벨·문헌·컨디션·가격 신호로 만드는 방어막

늦은 밤, 온라인 뷰잉룸에서 마음이 덜컥 움직였다. 좋아하던 작가의 2000년대 중반 드로잉이 “프라이빗 세일”에 나와 있다. 가격은 최근 결과의 절반쯤. 화면을 넘기다 보니 라벨 사진이 어딘가 허전하다. 갤러리 스탬프 대신 모르는 프레임 숍 스티커, COA는 있지만 발행 주체가 애매하다.나는 노트에 네 단어를 적는다. 라벨, 문헌, 컨디션, 가격. 그리고 한 줄 더: “하룻밤 보류.” 위작을 피하는 기술은 천재적 감식안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생활 절차다. 신호를 모아 문장으로 확인하고, 문장을 문서로 남기는 일. 오늘은 그 절차를 생활 속으로 끌고 와 보자.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 가지 약속만 지키면 된다. 어떤 물건도, 오늘 보는 것으로 오늘 결제하지 않는다. 출처, 물성, 가격·속도 위작 방어의 핵..

카테고리 없음 2025.09.04

세금, 운송·포장 기초 - 예산을 안정적으로, 작품을 안전하게

비 오는 수요일 저녁, 갤러리에서 받은 인보이스를 식탁 위에 펼쳐 둔다. 작품가 한 줄만 덜렁 있는 줄 알았는데, 작은 글씨가 줄줄이 달려 있다. “포장/운송 별도, 보험 선택, 통관 수수료 구매자 부담.” 옆 칸에는 ‘문전(Door-to-door)’과 ‘공항 인도’ 두 가지 옵션이 적혀 있다. 나는 노트에 한 줄을 크게 쓴다. 작품가 X + 포장/프레이밍 + 운송 + 보험 + (세금·통관 수수료) = 총액 Y. 이 두 줄이 켜지는 순간, 막연했던 설렘이 현실의 문장으로 바뀐다. 보내는 도시는 습하고, 오는 도시는 건조하다. 작품은 종이, 프레임은 유리, 박스 사양은 미정. 잘못 고르면 운송비가 작품가의 절반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반대로 표준을 정확히 고르면, 우리 집 벽까지의 여정은 놀라울 만큼 매끈해..

카테고리 없음 2025.09.03

작가와의 소통 에티켓 - DM/오프닝에서의 매너

금요일 저녁, 오프닝 시작 10분 전.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려 조용한 흰 방으로 흘러든다. 벽 시계가 6시를 살짝 넘긴 순간, 작가가 구석에서 누군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나는 먼저 방 한가운데 서서 전면-45도-라벨을 천천히 읽는다. 마음이 움직이는 작품 앞에서 30초 숨을 고르고, 오늘의 목표를 다시 떠올린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예의 바른 문장으로.” 오프닝은 구매 상담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공개된 축하 자리다. 인파가 늘자 갤러리스트가 다가와 미소로 말을 건넨다. “어떤 작업이 마음에 남으세요?” 나는 벽을 가리키며 짧게 이유를 말한다. “여백이 울림이 있네요. 이 시리즈의 표준 크기와 문헌 신호가 궁금해요.” 대화의 첫 단추가 예의 바르게 잠기는 순간, 방의 공기..

카테고리 없음 2025.09.02

연간 예산, 속도 조절 - 예산은 분기 단위로, 결정은 하룻밤 단위로

새해 첫 주 일요일, 식탁 위에 빈 달력과 얇은 파일을 펼쳐 둔다. 지난해의 영수증과 COA, 프레임 견적서가 차분히 쌓여 있다. 나는 먼저 숫자를 적지 않는다. 대신 한 문장을 가운데에 쓴다. “예산은 분기 단위로, 결정은 하룻밤 단위로.” 그 아래에 네 칸을 그린다. 1분기·2분기·3분기·4분기. 각 칸의 구석에 작은 메모를 붙인다. “봄—탐색·소형 구매”, “여름—정리·프레임”, “가을—압축·선택”, “겨울—결산·보존”. 작년의 실수를 떠올린다. 봄의 들뜸에 두 점을 연달아 결제했고, 가을의 과열에 프레임 예산이 밀렸다.올핸 리듬을 바꿔 보기로 한다. 분기마다 한 번, 예산을 조정하고, 모든 결정을 하룻밤을 지나 내리는 방식으로. 이 간단한 리듬만 갖추면, 지갑은 속도를 잃고 판단은 문장을 얻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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