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 서랍에서 오래된 서류철을 꺼낸다. 구입 인보이스, COA, 프레임 견적서, 그리고 한 통의 메일. “○○미술관입니다. 귀하의 △△작품을 오는 가을 기획전에 대여받고자 합니다.” 가슴이 먼저 뛴다. 하지만 다음 줄이 곧 마음을 가라앉힌다. “시설 보고서 첨부, 보험은 기관 Wall-to-wall 제공, 포장·운송은 당사 지정.”나는 식탁 위에 한 장짜리 표를 만든다. 왼쪽엔 보험/대여/기증, 오른쪽엔 문서/책임/비용. 그리고 맨 위에 두 줄을 쓴다. “총액은 숫자, 위험은 문장.” 작품을 사랑하는 길은 더 갖는 일이 아니라, 잘 지키고 잘 내어주고 때로는 잘 건네는 일까지 포함된다. 오늘은 세 가지 길의 입구를 생활 언어로 열어 본다. 가격표를 넘어서는 마음의 문제 같지만, 결국은 서류와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