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토요일 새벽, 골목 모퉁이 철문에 새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어젯밤엔 없던 이미지 - 검은 실루엣이 스텐실로 뿜어져 나온 듯 선명하고, 모서리엔 “HAND-FINISHED”라는 작은 스탬프가 찍혀 있습니다. 같은 날 오후, 갤러리에서는 비슷한 미장센의 캔버스·스크린프린트가 프레임에 정갈히 들어가 서있죠. 거리에서 태어난 이미지가 하룻밤 새 제도권의 벽으로 옮겨온 듯한 풍경입니다. 스트리트 아트는 본래 장소-시간-위반의 감각을 무기로 삼았습니다. 밤에 붙이고, 아침이면 지워질지 모르는 운명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이미지. 그런데 이 이미지가 미술관·경매에 들어오며 ‘어떻게 원본을 증명하고, 무엇을 에디션으로 배포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을 붙잡으면, 스트리트 아트의 감상과 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