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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컬렉터 3

예산 100만 원으로 한 달 즐기기 - 만족을 극대화하는 법

월초의 첫 토요일, 메모앱 첫 줄에 숫자 하나를 적는다. “이번 달 미술 예산: 1,000,000원.” 카드 명세서와는 별개의, 기쁨을 관리하는 통장 같은 숫자다. 계획은 단순하다. 전시 몇 개를 제대로 보고, 작가 노트를 한두 권 모으고, 소형 작업 하나를 고르고, 남은 돈으로 프레이밍을 깔끔히 마무리한다. 지난 시즌의 실패 - 티켓을 무심코 쌓다가 소형 작품을 놓친 일, 프레임 비용을 간과해 총액이 틀어진 일 - 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오늘은 총액 예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항목을 나누지 않고, 한 달 동안 미술에 쓰는 모든 지출을 한 바스켓에 넣어 사후 배분하는 방식이다.지갑을 열기 전, 벽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번 달의 목표는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문장을 남기는 것이다. 왜 이 전시였는..

카테고리 없음 2025.08.29

온라인 뷰잉룸 - 집에서 하는 프리뷰, 문서·영상·가격을 한 화면에 정리하는 법

밤 10시, 거실 등만 낮춰 두고 노트북을 연다. 링크를 클릭하면 로딩 바가 지나가고, 화면 가득한 작품 이미지가 조용히 떠오른다. “View in room” 버튼을 누르자 가상 벽 위로 작품이 걸리고, 커서를 대면 치수와 프레임 두께가 따라온다. 확대 슬라이더를 끝까지 당기면 붓질의 골과 종이 섬유가 살아나고, 옆 탭의 PDF에는 작가 노트와 전시 이력, 에디션 표가 정리되어 있다. 채팅창에 “프레임 포함인가요?”라고 남겼더니 몇 분 뒤 담당자가 “프레임 제외, UV 아크릴 옵션 가능, 운송 별도”라고 답한다. 오프닝 밤의 소란 대신, 한 장의 화면 안에서 선호–증거–총액이 차분히 연결되는 순간이다. 온라인 뷰잉룸은 “가서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아니라, 집중과 비교에 최적화된 환경이다. 화면이 보여 ..

카테고리 없음 2025.08.28

서울 가을 시즌 준비 - 한 달 루틴

9월의 달력이 갑자기 복잡해진다. 휴대폰에 “프리뷰 RSVP 마감”, “기관 야간 개관”, “페어 오프닝” 알림이 줄줄이 뜨고, 지도 앱에는 삼청–한남–성수에 별표가 촘촘히 박힌다. 토요일 아침, 얇은 카디건 주머니에 연필 하나를 꽂고 집을 나선다.오늘의 코스는 세 구간 - 삼청의 기관 전시로 몸을 깨우고, 사간·북촌의 상업 갤러리에서 신작과 가격 계단을 확인한 뒤, 성수 쪽 위성 전시로 마무리하는 3시간짜리 루틴. 전시장은 맑고, 거리는 분주하다. 벽 텍스트를 한 문단만 읽고 작품 앞에 서는 습관이 붙자, 라벨의 “전시/문헌/프로버넌스” 문장도 더 이상 정보의 홍수가 아니다. 오후에는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에서 작가의 말을, 저녁에는 페어 플랫폼의 뷰잉룸에서 자료를 정리한다. 가을 시즌을 잘 보낸다는 건..

카테고리 없음 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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