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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션 2

원본 vs 에디션 - 판화·사진·조각의 에디션 감각 익히기

전시장을 걷다 보면 비슷한 이미지를 여러 장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한 점은 “Unique(유니크)”라 쓰여 있고, 다른 몇 점은 “1/50, 12/50…”처럼 분수 표기가 붙어 있지요. 어느 작품은 연필로 번호와 서명이 있고, 또 다른 작품은 뒷면(verso)에 스탬프와 라벨이 빼곡합니다. 조각에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같은 브론즈 조각인데 바닥에 로마 숫자와 주조소(Foundry) 마크가 새겨져 있고, 일부는 “A.P.” “H.C.” 같은 기호가 따라옵니다.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이 표기들은 결국 희소성과 가격을 설명하는 언어입니다. 한 점뿐인 원본(Unique)과, 정해진 수량 안에서 제작·판매되는 에디션(Editioned work)의 차이를 이해하면 판화·사진·조각을 훨씬 편안하게 볼 수 있습니..

카테고리 없음 2025.08.25

“대기자 명단”의 비밀 - 공급 관리가 만드는 희소성

전시 오프닝이 한창일 때, 벽면에 조용히 붙은 작은 메모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관심 작가, 관심 작품, 연락처를 남겨 주세요.’ 판매가 공개되지 않거나, 공개되어도 “대기자 명단”이 있다는 안내가 따라붙습니다. 표면적 풍경은 단순합니다. 작품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의 운영 논리는 꽤 정교합니다. 갤러리는 작가의 작업 속도와 전시 계획, 앞으로의 기관(미술관) 일정, 컬렉터 구성을 동시에 고려해 작품을 배분합니다. 여기서 대기자 명단은 단순한 줄 서기가 아니라, ‘누구에게 언제 어떤 작업을 배정할지’를 설계하는 공급 관리 장치입니다. 이 장치가 잘 작동하면, 가격은 급등락 대신 완만하게 상승하고, 작가 경력은 장기 곡선을 그리며 안정됩니다. 반대로, 명단이 보여주기식이거..

카테고리 없음 202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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