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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사진·뉴미디어 - 빛과 파일을 생활로 들이는 법

밤 9시 반, 집 안의 등이 하나둘 꺼지고 거실 벽만 은은하게 남는다. 액자 속 사진은 낮보다 지금이 더 깊다. 종이 표면의 무광 결이 빛을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프레임 안쪽의 얇은 그림자가 이미지를 살짝 떠오르게 만든다. 옆 테이블엔 작은 미디어 플레이어가 놓여 있고, 화면에는 12분짜리 영상이 조용히 순환한다. 파도에 묻힌 도시의 소음, 화면이 어둡게 꺼졌다 켜질 때의 아주 미세한 팬 소리, 한밤의 집은 작품과 가장 가까운 시청실이 된다. 낮엔 갤러리에서 ‘좋다’고 느끼던 감정이, 밤엔 생활의 리듬으로 들어온다. 사진·뉴미디어 작품을 들인다는 건 결국 빛과 파일을 다루는 일이다. 종이는 빛과 시간에 민감하고, 영상은 코드와 장비의 언어로 생명을 이어 간다. 오늘은 애호가의 눈높이에서, 이 두 세계를 ..

카테고리 없음 2025.08.25

원본 vs 에디션 - 판화·사진·조각의 에디션 감각 익히기

전시장을 걷다 보면 비슷한 이미지를 여러 장 만날 때가 있습니다. 한 점은 “Unique(유니크)”라 쓰여 있고, 다른 몇 점은 “1/50, 12/50…”처럼 분수 표기가 붙어 있지요. 어느 작품은 연필로 번호와 서명이 있고, 또 다른 작품은 뒷면(verso)에 스탬프와 라벨이 빼곡합니다. 조각에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같은 브론즈 조각인데 바닥에 로마 숫자와 주조소(Foundry) 마크가 새겨져 있고, 일부는 “A.P.” “H.C.” 같은 기호가 따라옵니다. 처음엔 복잡해 보이지만, 이 표기들은 결국 희소성과 가격을 설명하는 언어입니다. 한 점뿐인 원본(Unique)과, 정해진 수량 안에서 제작·판매되는 에디션(Editioned work)의 차이를 이해하면 판화·사진·조각을 훨씬 편안하게 볼 수 있습니..

카테고리 없음 202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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