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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스 프리미엄 3

경매 카탈로그 읽는 법 - 한 장에서 가격·리스크·기회를 잡아내기

프리뷰룸 문을 열고 들어가 카탈로그를 한 권 집어 들면, 얇은 광택지의 차가운 촉감이 먼저 손끝을 깨웁니다. 표지를 넘기는 순간, 로트 번호가 큼직하게 박힌 제목행이 시선을 끌고, 그 아래 단정한 활자로 작가·작품명·연도가 줄을 맞춥니다. 사진 한 컷이 한 페이지를 장악하고, 반대편에는 재료와 크기, 전시·문헌 기록, 프로버넌스, 컨디션 설명이 잔잔하게 이어집니다. 언뜻 화보집 같지만, 사실 이 페이지는 가격과 위험, 그리고 기회가 교차하는 지도와 같습니다.경험 많은 애호가들은 이 한 장을 넘길 때, 눈의 순서를 미리 정해 둡니다. 제목을 스치듯 확인하고, 곧장 재료·크기로 내려가 자신의 공간·운송 현실과 대조합니다. 이어서 프로버넌스를 읽는 동안에는 체인(소유 이력)의 끊김을 찾고, 바로 아래 전시·문..

카테고리 없음 2025.08.25

경매 시작가가 왜 이래요? 추정가, 리저브

경매 프리뷰룸에 들어서면 작품마다 작은 라벨이 달려 있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정보가 ‘추정가(Estimate)’입니다. 낮은 값과 높은 값, 두 숫자가 범위로 나란히 적혀 있지요. 며칠 뒤 실제 경매가 시작되면 사회자가 부르며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막상 첫 호가(시작가)가 라벨의 낮은 추정가보다 낮게 시작되기도 하고, 반대로 거의 그 근처에서 곧장 출발하기도 합니다. 같은 작가, 비슷한 크기의 작품인데도 어떤 로트는 빠르게 경쟁이 붙고, 또 어떤 로트는 사회자가 몇 번을 권유해도 움직임이 더딥니다. 많은 애호가가 이 지점에서 고개를 갸웃합니다. “라벨에 써둔 가격 범위가 있는데, 왜 시작가는 그보다 낮거나 비슷하거나 제멋대로 같지?” 그 답은 추정가와 리저브(최저 판매가)의 역할을 이해하면 곧..

카테고리 없음 2025.08.24

미술품 가격은 어디서 만들어질까? 갤러리와 경매의 역할

토요일 오후, 전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공기가 두 번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갤러리 부스에서는 조용한 대화가 길게 이어집니다. 담당자는 작가가 어떤 시리즈를 준비해 왔는지, 최근 전시가 어디에서 열렸는지,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를 차분히 설명합니다. 작품 옆 라벨에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거나, 요청 시에만 조용히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곳의 리듬은 “관계”와 “시간”에 가깝습니다. 작품이 팔리는 속도는 갤러리가 정한 배분 원칙과 대기자 순서에 맞춰 천천히 움직이고, 다음 전시, 다음 신작까지 바라보는 긴 호흡이 공기에 스며 있습니다. 반면 경매 하우스 프리뷰룸에 들어서는 순간, 같은 크기의 작품도 다른 표정으로 보입니다. 라벨에는 추정가 범위가 기재되고, 며칠 뒤 정해진 시간에 공개..

카테고리 없음 202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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