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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시작가가 왜 이래요? 추정가, 리저브

o-happy-life 2025. 8. 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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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프리뷰룸에 들어서면 작품마다 작은 라벨이 달려 있고,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정보가 ‘추정가(Estimate)’입니다. 낮은 값과 높은 값, 두 숫자가 범위로 나란히 적혀 있지요. 며칠 뒤 실제 경매가 시작되면 사회자가 부르며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막상 첫 호가(시작가)가 라벨의 낮은 추정가보다 낮게 시작되기도 하고, 반대로 거의 그 근처에서 곧장 출발하기도 합니다.

 

같은 작가, 비슷한 크기의 작품인데도 어떤 로트는 빠르게 경쟁이 붙고, 또 어떤 로트는 사회자가 몇 번을 권유해도 움직임이 더딥니다. 많은 애호가가 이 지점에서 고개를 갸웃합니다. “라벨에 써둔 가격 범위가 있는데, 왜 시작가는 그보다 낮거나 비슷하거나 제멋대로 같지?” 그 답은 추정가와 리저브(최저 판매가)의 역할을 이해하면 곧 풀립니다.

 

경매는 짧은 시간에 수요를 끌어올리는 공개 무대이고, 그 무대 위에서 추정가(관객을 부르는 안내문)리저브(판매자가 마음속에 정한 최소선), 시작가(문을 여는 첫 발)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합니다. 겉보기엔 한 줄 숫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신호입니다.

추정가, 리저브, 시작가

먼저 추정가(Estimate)는 경매 하우스가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예상 거래 구간입니다. 낮은 추정가(Low estimate)와 높은 추정가(High estimate) 두 값으로 구성되어, “이 작품은 대략 이 정도에서 거래될 것이다”라는 참고선을 제시합니다. 생활 비유로 말하면, 동네 중고차 매장에서 사장님이 “이 모델은 보통 1,500만~1,800만 원대”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범위가 정확하다는 보장은 없지만, 관심을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너무 높으면 문의가 줄고, 너무 낮으면 셀러가 위탁을 꺼리겠지요.


다음은 리저브(Reserve price)입니다. 이는 위탁자(판매자)와 경매 하우스가 사전에 합의한 최소 판매선으로, 보통은 비공개입니다. 아파트를 급매로 내놓더라도 “이 가격 밑으론 못 팝니다”라는 주인의 마음속 기준에 가깝습니다. 응찰이 활발해도 리저브 미만이면 낙찰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회자가 여러 번 호가를 올려도 끝내 어떤 선을 넘지 못하면 “유찰”로 마감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작가(Opening bid)문을 여는 신호입니다. 하우스마다 정책이 달라 리저브와 거의 같게 혹은 약간 낮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낮은 추정가보다도 낮게 출발해 더 넓은 참가를 유도하기도 하지요. 백화점 시즌오프 첫날, 문을 넓게 열고 사람부터 모아 열기와 경쟁을 만든 뒤 가격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하는 그 방식과 닮았습니다.


이 세 요소의 상호작용을 감으로 익히면 가격 감각이 정리됩니다.

  • "추정가"는 시장 안내문: “대략 이 구간에서 거래될 거예요.”
  • 리저브판매자 안전선: “여기 밑으로는 팔지 않아요.”
  • 시작가문 여는 레버: “일단 들어오셔서 경쟁해 보세요.”
    따라서 낮은 추정가보다 한두 단계 낮게 출발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시작가가 낮은 추정가 근처에서 출발한다면 리저브가 그 근처일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향일 뿐, 하우스·작품·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지불 금액 결정하는 법

경매를 처음 접할 때 가장 큰 난점은 “내가 지불하게 될 최종 금액”을 감으로 잡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낙찰가(해머 프라이스)바이어스 프리미엄(구매 수수료)과 각종 세금·배송비가 더해지므로, 프리뷰 단계에서 내 상한선(워크어웨이 넘버)을 미리 정해두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카탈로그의 추정가를 보며 마음속으로 세 단계로 나눠보세요.

  1. 관람선: “관심은 있지만, 이 선을 넘으면 구경만.”
  2. 참가선: “이 선까지는 참여해 본다.”
  3. 상한선: “여기서 멈춘다(프리미엄 포함 기준).”
    이때 리저브는 비공개라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프리뷰에서 몇 가지 단서를 잡을 수 있습니다.
  • 시작가가 낮은 추정가보다 꽤 낮다 → 관심층을 넓히려는 의도가 강할 수 있습니다. 경쟁이 붙으면 금세 추정가 영역으로 복귀합니다.
  • 입찰이 낮은 추정가 직전에 멈춰 선다 → 리저브가 낮은 추정가 근처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항상 그런 것은 아니나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
  • 상담 중 반복 언급되는 강점(전시 이력, 출처, 컨디션) → 실제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설명이 모호하면 리스크 요인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입찰할 때는 호가 단위(Increment)를 외워 두세요. 라이브 상황에선 호가 단위가 빠르게 바뀌는데, 막판에 “딱 한 번만 더”가 실제로는 여러 단계 상승이 되는 경험을 줄여줍니다. 그리고 여러 채널(현장·전화·온라인) 중 본인에게 가장 안정적인 방식을 선택하세요. 현장은 긴장감이 장점이지만, 초심자라면 화면에 현재 호가와 수수료 안내가 깔끔히 보이는 온라인이 계산에 유리할 때가 많습니다.

    예산 밴드별 선택법도 기억해 두면 편합니다.
  •  
  • 입문(≤100만 원): 소형 사진·판화·드로잉 중 전시 이력이나 출처가 명확하고 컨디션 좋은 로트를 노리세요. 추정가가 낮은데 라벨 정보(재료·에디션·서명)가 깔끔하면 경쟁이 붙어도 과열되기 전 상한선에서 멈출 수 있습니다.
  • 중급(≤1,000만 원): 동일 작가·동일 시리즈의 직전 1~2년 거래 사례를 카탈로그 아카이브에서 찾아 “범위 밖 변수(특이 사이즈, 손상, 수복)”를 체크합니다. 추정가가 보수적이면 경쟁이 빠르게 붙을 수 있으니 상한선 설정을 엄격히.
  • 중급 이상(>1,000만 원): 대표 시리즈·표준 사이즈 위주로 보수적 접근. 컨디션 리포트와 출처 문서를 받아두고, 필요하면 전문가 감정·보존 자문까지 포함해 계산하세요. (보증·사전 위탁 조건 등 고급 장치들은 후속 회차에서 다룹니다.)

    끝으로, 경매는 속도와 심리의 장르입니다. 객관식을 풀듯 정확해 보이는 숫자들이 실제로는 신호와 기대의 조합임을 이해하면, 장면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추정가"는 호객이 아니라 안내, 리저브는 비밀이 아니라 계약의 안전장치, 시작가는 유혹이 아니라 문 여는 절차라는 사실. 이 감각만 익혀도 프리뷰에서의 대화가 한결 단단해집니다.

주요 용어 및 추천 미션

주요 용어

  • 추정가(Estimate): 경매 하우스가 제시하는 예상 거래 구간(낮은 값·높은 값). 관심을 모으고 기준선을 제시하는 시장 안내문 역할.
  • 리저브(Reserve price): 위탁자와 하우스가 합의한 최저 판매선. 이 선 미만으론 낙찰이 성립하지 않음(보통 비공개).
  • 해머 프라이스(Hammer price): 사회자가 망치를 두드리며 확정하는 낙찰가. 여기에 바이어스 프리미엄(구매 수수료) 및 관련 비용이 더해져 최종 지불액이 됨.

추천 미션

  • 같은 작가·같은 시리즈의 서로 다른 경매 기록 2~3건을 찾아 낮은/높은 추정가와 낙찰가의 관계를 비교해 보세요.
  • 프리뷰 방문 시 컨디션 리포트를 요청해 표기 방식(긁힘, 변색, 수복)을 익혀 두면 다음 선택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 하우스가 공개하는 바이어스 프리미엄 안내표를 미리 읽어 두면, 상한선 계산이 한결 명확해집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일종의 공급 관리 정치인 대기자 명단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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