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젤 기차역에서 트램을 타고 메쎄(Messe) 앞에 내리면, 거대한 ‘메쎄플라츠’의 원형 천창이 하늘을 잘라내며 입구를 비춘다. VIP 프리뷰 첫 시간, 검은 옷의 사람들 사이로 큐레이터 배지가 언뜻언뜻 보이고, 작은 노트에 숫자를 적는 딜러의 손놀림이 빠르다. 다른 아트페어와 달리 아트 바젤은 “많다”보다 “엄정하다”가 먼저 떠오른다. 출품 심사와 초대 갤러리의 폭이 넓지만, 그만큼 큐레이션의 기준선이 높다. 프리즈가 ‘동시대의 파동’을, TEFAF가 ‘역사와 감정가의 눈’을 앞세운다면, 바젤은 동시대·현대·근대가 하나의 지도처럼 연결된다. 그래서 바젤의 통로를 걷는다는 건 소문을 확인하러 가는 게 아니라, 시장의 공용 언어 - 시리즈의 중심, 표준 사양, 기관 신호 - 를 현장에서 번역하러 가는 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