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전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공기가 두 번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갤러리 부스에서는 조용한 대화가 길게 이어집니다. 담당자는 작가가 어떤 시리즈를 준비해 왔는지, 최근 전시가 어디에서 열렸는지,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는지를 차분히 설명합니다. 작품 옆 라벨에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거나, 요청 시에만 조용히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곳의 리듬은 “관계”와 “시간”에 가깝습니다. 작품이 팔리는 속도는 갤러리가 정한 배분 원칙과 대기자 순서에 맞춰 천천히 움직이고, 다음 전시, 다음 신작까지 바라보는 긴 호흡이 공기에 스며 있습니다. 반면 경매 하우스 프리뷰룸에 들어서는 순간, 같은 크기의 작품도 다른 표정으로 보입니다. 라벨에는 추정가 범위가 기재되고, 며칠 뒤 정해진 시간에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