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같은 작가의 작품이 한 방에 모여 있는 전시에 들어섭니다. 벽면은 색과 형태가 조금씩 다른 이미지들로 이어지지만, 어딘가 같은 분위기입니다. 첫 작품의 붓질이 다음 작품에서 더 길어지고, 그다음 캔버스에서 색이 한 톤 눌리거나 튀어 오릅니다. 캡션에는 제목 옆에 ‘Ⅰ, Ⅱ, Ⅲ’ 혹은 ‘a, b’ 같은 표기가 따라붙고, 도록에는 “○○ Series(연도~연도)”라는 이름이 반복됩니다. 큐레이터는 말합니다. “이 작가는 한 번에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같은 질문을 다른 각도에서 여러 번 답해 보는 방식으로, 언어를 만든다고 보시면 돼요.”그 순간 관람이 달라집니다. 한 점만 보던 눈이 연결과 변화를 보기 시작하죠. 비슷해 보이는 두 점의 작은 차이가 의미로 다가오고, “이건 대표작일까,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