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저녁, 지하 1층 작은 전시공간 문을 열자 미지근한 바람과 함께 종이 냄새가 올라온다. 벽에 걸린 건 손바닥보다 조금 큰 연필 드로잉들. 가까이 다가가면 선의 숨이 들리고, 종이 모서리엔 작게 남은 손의 떨림이 보인다. 이름은 처음 듣는 작가. 부스 한쪽엔 리소그래프 소책자와 작가 노트, 다음 달 오픈스튜디오 안내 카드가 놓였다. 담당자는 “이번 시리즈는 졸업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연작이고, 에디션 드로잉 몇 점은 빠르게 예약이 잡혔다”고 말한다. 당신은 메모앱을 열어 작가명 / 시리즈명 / 표준 크기 / 재료 / 가격(작품가→총액)을 적고, 사진은 전면·디테일·라벨 세 장만 남긴다. 마음은 이미 반쯤 움직였지만, 발은 천천히 다음 공간으로 향한다. 오늘의 목표는 하나다. ‘좋아함’을 ‘산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