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가의 비슷한 크기 작품인데도 한 점은 조용히 걸린 채 관심만 받고, 다른 한 점은 프리뷰 첫날부터 예약 요청이 쌓이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차이는 의외로 단순한 데서 생깁니다. 라벨 하단의 작은 문장, “○○미술관 개인전(연도) 출품”, “△△비엔날레 본전시 참여”, “□□상 수상” 같은 기록입니다. 이 한 줄은 작품의 물리적 특성을 넘어 누가 이 작가를 공적으로 검토하고 선택했는가를 말해 줍니다. 시장은 언제나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움직입니다. 컬렉터는 작품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내가 본 이 가치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유효한가”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여기서 ‘기관 픽’—미술관·비엔날레·권위 있는 어워드의 선택과 기록—은 강력한 신뢰의 대체재가 됩니다. 오늘은 이 신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