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 일요일, 식탁 위에 빈 달력과 얇은 파일을 펼쳐 둔다. 지난해의 영수증과 COA, 프레임 견적서가 차분히 쌓여 있다. 나는 먼저 숫자를 적지 않는다. 대신 한 문장을 가운데에 쓴다. “예산은 분기 단위로, 결정은 하룻밤 단위로.” 그 아래에 네 칸을 그린다. 1분기·2분기·3분기·4분기. 각 칸의 구석에 작은 메모를 붙인다. “봄—탐색·소형 구매”, “여름—정리·프레임”, “가을—압축·선택”, “겨울—결산·보존”. 작년의 실수를 떠올린다. 봄의 들뜸에 두 점을 연달아 결제했고, 가을의 과열에 프레임 예산이 밀렸다.올핸 리듬을 바꿔 보기로 한다. 분기마다 한 번, 예산을 조정하고, 모든 결정을 하룻밤을 지나 내리는 방식으로. 이 간단한 리듬만 갖추면, 지갑은 속도를 잃고 판단은 문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