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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바젤 2

마이애미, 홍콩의 페어 - 온도·언어·유통이 바꾸는 기준선

12월 초, 마이애미 비치 컨벤션센터 앞에 서면 바람부터 다르다. 햇빛은 강하고 습도는 높다. 입구에서 손목밴드를 채우는 사이, 건너편에선 바다 쪽 텐트가 분주하다. 메인 페어 안쪽 “블루칩 벽”들이 탄탄하게 시장의 중심을 정렬하는 동안, 해변과 도심 곳곳의 위성 페어와 팝업이 동시다발로 열리고 닫힌다. 밤이 되면 미술관 컬렉션 투어, 브랜드 협업 파티, 프라이빗 하우스 쇼가 뒤섞인다. 마이애미의 특성은 단순히 ‘파티’가 아니라, 메인-위성-브랜드-사적 컬렉션이 하나의 주(週) 안에서 촘촘히 결박되는 혼성 생태계에 있다. 이 압력은 젊은 작가의 신작·대형 설치·컬래버레이션을 즉시성의 언어로 밀어 올리고, 사진·판화·오브제 같은 휴대·설치가 쉬운 포맷을 생활로 빠르게 옮긴다. 미국 내 운송·보험·세일즈택스..

카테고리 없음 2025.09.09

아트 바젤 - 세계 표준이 되는 ‘기준선’ 읽기

바젤 기차역에서 트램을 타고 메쎄(Messe) 앞에 내리면, 거대한 ‘메쎄플라츠’의 원형 천창이 하늘을 잘라내며 입구를 비춘다. VIP 프리뷰 첫 시간, 검은 옷의 사람들 사이로 큐레이터 배지가 언뜻언뜻 보이고, 작은 노트에 숫자를 적는 딜러의 손놀림이 빠르다. 다른 아트페어와 달리 아트 바젤은 “많다”보다 “엄정하다”가 먼저 떠오른다. 출품 심사와 초대 갤러리의 폭이 넓지만, 그만큼 큐레이션의 기준선이 높다. 프리즈가 ‘동시대의 파동’을, TEFAF가 ‘역사와 감정가의 눈’을 앞세운다면, 바젤은 동시대·현대·근대가 하나의 지도처럼 연결된다. 그래서 바젤의 통로를 걷는다는 건 소문을 확인하러 가는 게 아니라, 시장의 공용 언어 - 시리즈의 중심, 표준 사양, 기관 신호 - 를 현장에서 번역하러 가는 일에..

카테고리 없음 202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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