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벽면의 작은 라벨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깁니다. 작가·제목·연도·재료·크기 같은 기본 항목 옆에, 간단한 전시 이력이나 출처가 적혀 있을 때가 있습니다. 경매 프리뷰에서는 뒤집어본 작품의 뒷면(verso)에 갤러리 라벨, 운송 스티커, 연필 메모, 인벤토리 번호가 달라붙어 있기도 하지요. 이 조각조각의 단서가 모여 provenance( 소장 이력)가 됩니다. provenance(소장 이력)가 탄탄한 작품은 대개 설명이 간단합니다. “○○갤러리 초전시 → 개인 컬렉션 A → ○○미술관 기획전 출품 → 현재 소장자.” 반대로 빈칸이 많거나 표현이 모호하면 의심거리가 생깁니다. “개인 소장(상세 불명)” “작가로부터 직접 취득(연도 미상)” 같은 문구가 반복되면, 가격보다 먼저 기록을 정리해야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