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룸 문을 열고 들어가 카탈로그를 한 권 집어 들면, 얇은 광택지의 차가운 촉감이 먼저 손끝을 깨웁니다. 표지를 넘기는 순간, 로트 번호가 큼직하게 박힌 제목행이 시선을 끌고, 그 아래 단정한 활자로 작가·작품명·연도가 줄을 맞춥니다. 사진 한 컷이 한 페이지를 장악하고, 반대편에는 재료와 크기, 전시·문헌 기록, 프로버넌스, 컨디션 설명이 잔잔하게 이어집니다. 언뜻 화보집 같지만, 사실 이 페이지는 가격과 위험, 그리고 기회가 교차하는 지도와 같습니다.경험 많은 애호가들은 이 한 장을 넘길 때, 눈의 순서를 미리 정해 둡니다. 제목을 스치듯 확인하고, 곧장 재료·크기로 내려가 자신의 공간·운송 현실과 대조합니다. 이어서 프로버넌스를 읽는 동안에는 체인(소유 이력)의 끊김을 찾고, 바로 아래 전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