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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4

서울 가을 시즌 준비 - 한 달 루틴

9월의 달력이 갑자기 복잡해진다. 휴대폰에 “프리뷰 RSVP 마감”, “기관 야간 개관”, “페어 오프닝” 알림이 줄줄이 뜨고, 지도 앱에는 삼청–한남–성수에 별표가 촘촘히 박힌다. 토요일 아침, 얇은 카디건 주머니에 연필 하나를 꽂고 집을 나선다.오늘의 코스는 세 구간 - 삼청의 기관 전시로 몸을 깨우고, 사간·북촌의 상업 갤러리에서 신작과 가격 계단을 확인한 뒤, 성수 쪽 위성 전시로 마무리하는 3시간짜리 루틴. 전시장은 맑고, 거리는 분주하다. 벽 텍스트를 한 문단만 읽고 작품 앞에 서는 습관이 붙자, 라벨의 “전시/문헌/프로버넌스” 문장도 더 이상 정보의 홍수가 아니다. 오후에는 레지던시 오픈스튜디오에서 작가의 말을, 저녁에는 페어 플랫폼의 뷰잉룸에서 자료를 정리한다. 가을 시즌을 잘 보낸다는 건..

카테고리 없음 2025.08.27

주말 갤러리 산책코스 짜기 - 90분 코스, 대화, 재방문까지 한 호흡으로

토요일 아침 10시, 집을 나서며 지도를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는다. 오늘은 코스를 세 개로 나눴다. 삼청-사간-북촌에서 몸을 풀고, 점심 뒤 한남-이태원에서 대화를 늘리고, 해 질 무렵 성수-서울숲에서 마무리하며 재방문으로 결론을 정리하는 식. 첫 공간 문을 여니 차가운 공기가 볼을 스친다. 벽은 조용하지만 표면은 이미 말이 많다.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 3분간 가만히 선다. 전면에서 한 번 숨을 들이마시고, 45도에서 표면의 빛을 확인하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서명과 연도를 읽는다. 그제야 메모앱을 연다. “△△작가, 2023, 80×60cm, 아크릴/캔버스 - 표준 사양 후보.” 프레스 릴리스를 하나 챙겨 주머니에 넣고, 다음 공간까지 7분을 걸어가며 방금 본 장면을 마음속에서 다시 걸어 본다. ..

카테고리 없음 2025.08.25

신진작가 찾기 - 눈의 설렘을 ‘근거’로 바꾸는 법

초여름 저녁, 지하 1층 작은 전시공간 문을 열자 미지근한 바람과 함께 종이 냄새가 올라온다. 벽에 걸린 건 손바닥보다 조금 큰 연필 드로잉들. 가까이 다가가면 선의 숨이 들리고, 종이 모서리엔 작게 남은 손의 떨림이 보인다. 이름은 처음 듣는 작가. 부스 한쪽엔 리소그래프 소책자와 작가 노트, 다음 달 오픈스튜디오 안내 카드가 놓였다. 담당자는 “이번 시리즈는 졸업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연작이고, 에디션 드로잉 몇 점은 빠르게 예약이 잡혔다”고 말한다. 당신은 메모앱을 열어 작가명 / 시리즈명 / 표준 크기 / 재료 / 가격(작품가→총액)을 적고, 사진은 전면·디테일·라벨 세 장만 남긴다. 마음은 이미 반쯤 움직였지만, 발은 천천히 다음 공간으로 향한다. 오늘의 목표는 하나다. ‘좋아함’을 ‘산다’로 ..

카테고리 없음 2025.08.25

“대기자 명단”의 비밀 - 공급 관리가 만드는 희소성

전시 오프닝이 한창일 때, 벽면에 조용히 붙은 작은 메모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관심 작가, 관심 작품, 연락처를 남겨 주세요.’ 판매가 공개되지 않거나, 공개되어도 “대기자 명단”이 있다는 안내가 따라붙습니다. 표면적 풍경은 단순합니다. 작품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의 운영 논리는 꽤 정교합니다. 갤러리는 작가의 작업 속도와 전시 계획, 앞으로의 기관(미술관) 일정, 컬렉터 구성을 동시에 고려해 작품을 배분합니다. 여기서 대기자 명단은 단순한 줄 서기가 아니라, ‘누구에게 언제 어떤 작업을 배정할지’를 설계하는 공급 관리 장치입니다. 이 장치가 잘 작동하면, 가격은 급등락 대신 완만하게 상승하고, 작가 경력은 장기 곡선을 그리며 안정됩니다. 반대로, 명단이 보여주기식이거..

카테고리 없음 202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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