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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osian(가고시안) — 메가 갤러리의 작동 방식과 선택의 기준

o-happy-life 2025. 9.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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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확장: 포스터 숍에서 글로벌 네트워크까지

Gagosian(가고시안)의 출발점은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우드다. Larry Gagosian(래리 가고시안)은 대학가 인근에서 포스터를 판매하며 시

가고시안

장과 접점을 만들었고, 1978년 웨스트할리우드 라브레아 거리로 첫 갤러리를 열어 동시대 전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89년에는 뉴욕 업타운의 980 매디슨 애비뉴에 대형 공간을 열며 동부 거점을 확보했고, 이후 소호와 첼시로 전시장을 확장해 대형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설치·운송·보존 체계를 갖췄다. 지금의 Gagosian(가고시안)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런던, 파리, 로마, 제네바, 바젤, 그슈타드, 아테네, 홍콩 등 주요 도시에 상설 공간을 두고 운영한다.

 

이 네트워크의 핵심은 표준화다. 어느 지점을 가도 조명 밝기와 색온도, 벽 간격, 작품 간 거리, 캡션 구성 같은 기본 요소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관람자가 같은 기준으로 작품을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된 방식이다. 2022년에는 Board of Directors를 공식화해 외부 인사와 내부 경영진이 반기마다 전략, 리스크, 브랜딩 의사결정을 점검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다거점 운영에서 요구되는 판단을 제도화해 프로젝트 규모가 커져도 품질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 조치다.

 

선호하는 작품 스타일도 분명하다. 전후부터 오늘에 이르는 회화와 조각을 중·대형 규격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많고, 강재·브론즈 같은 물성이 강한 조각, 화면을 크게 쓰는 제스처·추상 회화, 전통 도상과 대중문화 이미지를 결합한 회화에 익숙하다. 현장 제작을 포함하는 설치·영상 프로젝트에도 강하며, 필요하면 사진·개념 기반 작업을 대형 프린트와 공간 연동으로 제시한다.

 

한 작가의 핵심 사이즈와 포맷을 분명히 잡아 주는 편이고, 같은 주제를 여러 도시로 순환시키는 발표가 잦다. 디지털 채널은 초기부터 내재화해 2018년 Online Viewing Room을 상시 운영했고, 2020년에는 Artist Spotlight로 한 주에 한 작가·한 작품을 집중 소개하는 판매 포맷을 정착시켰다. 결과적으로 Gagosian(가고시안)은 다거점 네트워크, 표준화된 전시 품질, 도시 간 순환 발표, 디지털 세일즈가 하나의 리듬으로 맞물려 움직인다.

작가와 전시로 읽는 운영 역량: 대형 조각·회화·설치의 실제 사례

대형 조각은 Gagosian(가고시안)의 설치·운송 역량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Richard Serra(리처드 세라)의 강재 조각 전시는 뉴욕 첼시에서 2011년과 2013년에 대규모로 열렸다. 두꺼운 강판을 굽히거나 세워 만든 초대형 조각을 웨스트 24번가와 21번가의 두 공간에 나눠 배치했고, 반입 동선, 크레이트 사양, 바닥 하중, 관람 안전, 조명 각도까지 세밀하게 관리했다. 작품의 덩치와 무게를 생각하면 이 정도 규모의 전시는 공간과 팀이 모두 준비돼 있어야 가능하다. 이 사례는 Gagosian(가고시안)이 대형 조각에 특화된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회화 중심 전개는 런던에서 열린 Takashi Murakami(무라카미 다카시) 개인전으로 설명할 수 있다.

 

2024–2025년에 진행된 전시는 금박과 대형 패널, 아크릴을 기반으로 한 신작 회화를 전면에 세웠다. 캔버스 크기별 벽 배치, 조도, 관람 거리, 반사 제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작품이 의도한 힘과 호흡이 그대로 전해졌다. 대형 회화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여 주는 운영 능력이 확인된 전시다.

 

설치와 회화를 함께 다루는 방식은 홍콩에서 열린 Sarah Sze(사라 지) 개인전이 잘 보여 준다.

 

행잉 조각과 대형 혼합매체 회화를 동시에 구성해 공간 전체를 재조정했고, 일부는 현장에서 제작과 조정이 이뤄졌다. 운송과 설치, 조명과 음향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전시가 완성됐다. 아시아 첫 개인전이라는 조건에서 작품을 알리고 지역 기반을 넓히는 두 가지 목표를 한 번에 달성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신흥 작가의 지역 확장은 Cy Gavin(사이 개빈)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베벌리힐스에서 개인전을 연 뒤 같은 해 홍콩 발표가 이어졌고, 2025년에는 홍콩에서 첫 개인전이 열렸다. 동일 작가를 서로 다른 도시에서 연속적으로 보여 주어 관심과 구매 의사가 차근차근 올라가도록 하는 접근이었다. 작가의 시그니처 크기와 색감, 화면 언어가 반복 노출되면서 새로운 시장에서도 흐름을 잡을 수 있었다.

 

기획전 포맷에서는 베벌리힐스와 홍콩을 잇는 ‘Social Abstraction’이 대표적이다.

 

Antwaun Sargent(안트완 사전트)가 기획했고, Kevin Beasley(케빈 비즐리), Olana Clarke(올라나 클라크), Cy Gavin(사이 개빈) 등이 참여했다. 같은 주제를 도시 간에 연속해서 보여 주는 방식이라 전시 흐름이 끊기지 않고 확장된다. 각 지역의 컬렉터, 기관, 비평 네트워크에 같은 메시지를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전시 효과가 길게 이어진다.

 

이러한 사례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Gagosian(가고시안)의 전시는 작품이 실제로 어떤 크기와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간격과 조명 아래에서 보여지는지, 관람 동선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하게 한다. 관람자는 작품 자체와 설치 방식을 함께 보고, 이 기준을 들고 다음 도시나 다음 발표에서도 같은 척도로 비교할 수 있다. 선호하는 작품 스타일이 앞서 말한 대형 조각, 중·대형 회화, 설치·영상에 맞춰져 있어 전체 프로그램의 톤도 일관되게 유지된다.

세일즈와 페어 운영: 기준을 세우고 도시와 온라인으로 확장

Gagosian(가고시안)의 세일즈는 기준선을 어디에 두느냐에서 출발한다.

 

새 연작을 내놓을 때는 수요가 집중되는 크기와 재료를 전면에 배치해 시리즈의 중심을 잡고, 이미 중요성이 인정된 과거 작품은 시기와 규격이 분명한 것만 고른다. 가격은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작품의 시기, 크기·재료, 전시 맥락을 함께 설명하는 도구로 쓰인다. 전시장에서 관람자가 확인한 설치, 조명, 간격, 동선 같은 정보가 가격을 설명할 때 근거가 되도록 바로 이어지게 해 둔다.

 

아트페어에서는 이 원칙이 부스 배치에 그대로 적용된다. 서사를 책임질 대표작을 중심에 두고, 접근이 쉬운 소·중형 작품을 주변에 배치한다. 같은 도시에 상설 전시를 함께 열거나 Online Viewing Room을 동시에 운영해 현장에서 본 경험이 상담과 거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한다.

 

2018년 이후 Online Viewing Room은 상시 채널이 되었고, 2020년 도입한 Artist Spotlight는 일주일 동안 한 작가의 한 작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고가 작품의 원격 판매 가능성을 보여 줬다. 페어 시즌에는 부스, 도시 전시, 온라인이 한 루트로 연결되어 문의와 배정이 빠르게 오간다.

 

이 흐름을 지탱하는 기반이 거버넌스 강화다. Board of Directors 체계가 도입된 뒤로 다거점 운영의 전략과 리스크, 브랜딩 판단을 반기 주기로 점검할 수 있게 되었고, 전시와 판매, 도시 간 이동, 온라인 발표까지 하나의 사이클로 관리하는 방식이 안정화됐다.

 

결국 Gagosian(가고시안)은 대형 공간과 표준화된 전시 품질, 도시 간 순환 발표, 디지털 세일즈를 결합해 작가의 핵심 규격을 분명히 세우고 이를 여러 시장에서 동시에 시험하는 모델을 갖춘 갤러리로 기능한다. 같은 작가의 발표가 도시를 달리해도 전개 방식과 수준이 흔들리지 않고, 관람에서 문의, 거래까지의 흐름이 예측 가능하게 유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약하면, Gagosian(가고시안)은 여러 도시에서 같은 기준으로 전시를 펼치고 그 기준을 페어와 온라인까지 자연스럽게 잇는 메가 갤러리다. 다음 회차에서는 David Zwirner(데이비드 즈워너)의 OVR과 콘텐츠 전략을 차분히 이어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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