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도쿄, 키요스미시라카와 골목을 돌면 갤러리 간판이 눈높이에 조용히 붙어 있다. 문을 열면 흰 벽과 얇은 그림자, 종이의 섬유가 보이는 거리까지 정밀함이 먼저 말을 건다. 쇼카드는 짧고, 프린트 품질은 지나치게 좋다.
작품 옆에는 얇은 아티스트 북과 특별 에디션이 나란히 놓이고, 직원은 “예약 리스트”와 다음 드롭 날짜를 낮은 목소리로 알려 준다. 도쿄는 전시-출판-에디션이 하나의 공정(프로덕션)처럼 맞물린다. ‘좋다’는 감정이 곧 책과 종이, 스탬프의 언어로 번역되는 도시다.
정오의 타이베이는 공기가 다르다. 중산·다안 근처의 공간들에서는 문을 열자마자 “차 드릴까요?”가 먼저 나온다. 라벨은 대부분 중영 병기이고, 텍스트는 친절하다. 전시 후에는 바로 오픈 스튜디오로 연결되고, 다음 주 프로그램과 레지던시 일정이 자연스럽게 대화에 섞인다.
에디션·드로잉·소형 조각의 생활 스케일이 풍부하고, 도록·리소그래프·자체 발간물의 손맛이 살아 있다. 타이베이는 환대와 대화가 선택을 밀어 올린다.
해 질 무렵의 상하이는 속도가 다른 도시다. 웨스트번드의 긴 벽들이 한 호흡에 휘두르는 스케일, ART021의 빠른 리듬, “저장해 드릴게요”와 함께 날아오는 위챗 PDF.... 설치·스크린·대형 회화가 규모의 자신감으로 밀려오고, 부스 교체(리행)도 빠르다. 견적과 온홀드, 계약·인도 안내가 디지털 문서로 순식간에 오간다. 상하이는 속도와 플랫폼이 미술의 언어가 된 도시다.
세 도시의 차이는 결국 시선의 단위다. 도쿄는 밀도(센티미터)로, 타이베이는 관계(문장)로, 상하이는 규모(미터)로 본다. 같은 작가라도 이 세 렌즈를 통과하면 가격과 확신의 모양이 달라진다.
도쿄 : 출판의 도시, 타이베이 : 환대의 도시, 상하이 : 규모의 도시
도쿄 : 출판·에디션의 도시
도쿄에선 작품 옆의 문서와 공정이 가격 설득력의 절반이다. 사진·판화·종이 작업은 퍼블리셔·프린트숍·종이 규격, 에디션의 사이즈별 분리와 A.P./P.P. 표기가 극히 정확하다.
갤러리의 가격 제시는 대개 포함/제외(프레임·글레이징·배송) 구분이 명확하고, 프레임은 지진·습도 환경을 고려한 UV 아크릴·아카이벌 매트를 기본값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표준 크기(예: 530×455mm 등 JIS 규격 근처)에서 수요가 두텁고, 작은 원본(드로잉/소형 에디션)이 입문–확장의 교량 역할을 한다.
타이베이 : 환대·프로세스의 도시
타이베이는 문턱이 낮고 투명성이 높다. 가격이 빠르게 공유되고, 프레임·운송 포함 총액 견적을 현장에서 받기 쉽다. 종이·섬유·세라믹 등 생활 재료 기반의 작업이 강하고, 스튜디오 방문이 비교적 용이해 프로버넌스(소장 이력)와 제작 맥락을 대화로 확인할 수 있다. 중형 구간에서의 프라이머리 가격대가 합리적인 편이라 장기 보유의 체감 만족이 높다.
상하이 : 규모·속도의 도시
상하이에선 스케일과 디지털 문서가 가격 감각을 만든다. 대형 회화·설치·스크린 작업에서 설치 매뉴얼·대체 장비 스펙·마이그레이션 조항이 계약의 핵심이다. 위챗·QR 기반의 프리뷰·온홀드·인보이스 흐름이 빠르고, 포함/제외 항목(운송·보험·세금)과 인도 시점이 일찍 정리된다. 동일 작가의 중형 표준 사양도 강하지만, 상하이에선 ‘대표 이미지의 대형 버전’이 종종 심리적 프리미엄을 만든다.
요약하면, 도쿄는 문헌·에디션·프레임의 정밀함으로, 타이베이는 대화·투명성·생활 스케일로, 상하이는 스케일·속도·디지털 계약으로 가격을 설명한다. 세 도시를 한 지도에 겹치면 ‘감정’이 ‘근거’로 변한다.
도쿄 , 타이베이, 상하이 실전 루틴
도쿄 : 골목의 밀도를 읽는 하루
아침에 키요스미시라카와에서 시작한다. 첫 갤러리에서 대표 시리즈의 표준 사양을 눈에 익힌 뒤, 옆 블록의 프로젝트 스페이스로 이동해 변주를 본다. 사진은 전면·디테일·라벨 세 장이면 충분하다. 직원에게는 네 가지를 묻는다.
“이 시리즈의 표준 크기/사양은?”, “에디션 구조가 사이즈별로 분리되어 있나요?”, “프레임 사양(유리/UV 아크릴·매트)과 포함/제외는?”, “COA·퍼블리셔 표기는 어디에 기재되나요?” 점심 뒤 다이칸야마나 진보초의 아트북 숍으로 옮겨, 같은 작가의 아티스트 북·카탈로그를 확인한다.
페이지에 포스트잇을 붙여 라벨 문구와 교차 표기해 두면, 저녁의 총액 계산이 빨라진다. 해가 기울 무렵 프레이머에 들러 아카이벌 샘플을 비교하고 견적서를 받아 둔다. 도쿄의 결정은 대개 ‘오늘 밤’이 아니라 ‘내일 아침’에 내리는 편이 좋다. 하룻밤이후 보다 좋은 판단이 가능하다.
타이베이 : 환대가 기준을 만드는 이틀
첫날 오전, 중산–다안의 소형·중형 구간을 묶어 걷는다. 벽 텍스트를 한 문단만 읽고 작품 앞에서 시간을 쓴다. 티타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스튜디오 방문 가능 여부를 조심스럽게 묻는다. 방문이 성사되면, 작업 노트·자료 폴더·초기 스케치에서 시리즈의 규칙을 찾는다.
저녁에는 작은 북페어·리소 프린트숍을 들러 출판 생태계를 체험한다. 둘째 날, 관심작 세 점을 다시 보기로 하고 갤러리에서 총액 환산표를 바로 만든다. “작품가 X + 프레임(권장 사양) + 운송(문전/공항/보험) + 세금 = 총액 Y.” 타이베이에서는 이 대화가 놀랄 만큼 부드럽다. 마지막에는 보존 권고를 메일로 요청한다. 습도·자외선·보관 박스까지 정리되면 안심이 된다.
상하이 : 속도 속에서 브레이크 잡는 법
웨스트번드에서 시작해 세 점만 오래 본다: 표준 사양, 변주, 다른 매체에서의 같은 문법. 이후에는 ART021로 이동해 소형·에디션을 수평 비교한다. 모든 대화는 포함/제외·인도 시점으로 시작한다.
“프레임/운송/보험 포함 총액은?”, “인도는 언제·어디서(보세/현지)?”, “설치 매뉴얼·대체 장비 스펙·마이그레이션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되나요?” 위챗으로 자료가 빠르게 오면,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춘다. 클릭 전에 3초 정지 - 총액을 속산하고, 온홀드 만료 시간을 캘린더에 적는다.
오후에는 같은 부스를 재방문한다. 상하이의 리행 속도는 종종 결정적인 이미지를 오후에 데려온다. 저녁엔 호텔 책상에서 다섯 점만 워치리스트 상단으로 올리고, 각 점에 두 문장을 쓴다. “왜 이 작업인가?” “총액은 얼마인가?” 숫자가 문장을 설득하면 그때 메일을 보낸다. 상하이의 미덕은 속도지만, 브레이크를 갖춘 속도가 가장 멀리 간다.
세 도시를 이렇게 걸어 보면, 같은 예산도 다르게 배분된다. 도쿄에선 작은 원본+프레임으로, 타이베이에선 소형 에디션+스튜디오 경험으로, 상하이에선 중형 표준 사양(총액 명확)+설치 문서로 만족을 최적화한다. 공통의 규칙은 하나 - 언제나 총액 기준으로 말하고, 근거를 문서로 남기며, 한 번 더 보러 간다.
주요 용어 및 추천 미션
주요 용어
- 마이그레이션 조항(Migration clause): 영상·인터랙티브 작업의 파일/장비 교체·업데이트 권리 명시. 상하이 등 대형·뉴미디어 중심 환경에서 계약의 필수 문장.
추천 미션
- 도쿄에선 키요스미→아트북숍→프레이머 루트를 하루에 묶고, 라벨/도록/프레임 견적을 교차 표기하세요.
- 타이베이에선 갤러리→스튜디오→리소/북페어로 이어가며, 표준 사양/총액/보존 권고를 한 표로 정리하세요. 대화가 결정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 상하이에선 웨스트번드→ART021→재방문을 고정하고, 위챗 자료는 폴더로 즉시 분류하세요. 속도 속에서 브레이크를 찾게 됩니다.
다음 회차 예고: “두바이, 라틴 - 사막의 허브와 대륙의 다중 리듬: DIFC·알세르칼과 멕시코시티·보가타·상파울루를 한 지도에서”. 각 지역의 법·물류·기관 신호를 비교해, 장거리에서도 총액과 근거로 움직이는 루틴을 정리하겠습니다.